Notes & Text

  • 아무것도 볼 수 없다.

    결국엔 아무것도 우리는 볼 수 없고, 아무것도 보여줄 수 없다.

    보이지 않는 개념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겠다는 것은 환상이요, 망상이다.

    순간이 보여지고 물리적 공간에서 가시화된다고 반드시 그것이 무엇을 전달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그러한 시각적 행위를 통해서 보여지는 것은 궁극적으로 추상적인 감성을 가시화시킬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행위일 뿐이다.  

     

    나는 사진을 통해서 무엇을 보여주고싶지 않다. 사진은 즉흥이요, 당시의 현재성으로 보여진다. 시제가 과거시제라고 해도, 그것을 마주하고 읽는 관객은 혹은 작가는 현재에 있다. 나의 눈앞에 보여진 것들은 기억의 조각이 아닌 즉흥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들이다.

     

    예술은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설명할 수도 없고 사람의 삶의 생생함을 전달할 수도 없다. 내 정체성을 예술행위를 통해 보여준다는 것은 길다란 터널안에서 보이는 터널 끝의 세상을 설명하는 것과 같다. 모든 것은 의도와 반대이다. 작가는 아무것도 보여줄 수 없고, 관객은 작가와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없다. 내 정체성은 셀 수 없이 많은 다른 사람의 관점일 뿐이다. 본질은 어디에도 없다. 나는 오롯이 나에게 소속되듯, 사진은 오롯이 눈앞에 보여지는 현상에 소속된다. 국가도, 나이도, 성별도, 직업도 그 외의 어떤 것도 나는 선택하지 않았다. 나는 오롯이 나에게 소속된다. 무엇으로 나를 설명할 수 있다면, 그것은 타인의 관점의 서술이거나 타인에게 나를 이해시키기 쉬운 도구로 기능한다.

     

    우리는 선택하지 않는다. 나역시 선택할 수 없다. 어느 것도 선택되고 의도되지 않는다. 그저 우리는 주어진 삶, 짐도 아닌, 선물도 아닌, 그 삶을 현재라는 시제로 읽고 받아들이고 살아간다.

    나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다.

     

    2014년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