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s & Text

  • 기억3-아버지와 시계의 기억

    1982년-1983년 경

    아버지를 만나러 간 것인지, 오랫동안 아버지를 보지 못하다가 아버지를 만난 것인지 정확하지 않다. 

    아버지가 검정색에 작은 창문이 나있고 그 안에는 숫자가, 검정색 판 위에는 우주선같은 비행물체가 그려진 시계를 내 손목에 채워주신다. 

    그 때 아버지얼굴과 표정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무슨 이야기를 하셨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시계만 한참을 들여다보고 나니 아버지가 들어가실 시간이었다. 

    엉엉 울었다. 

  • 기억2-경상남도 진주의 기억

    1983년경

    진주에 살던 기억은 생각보다 또렷하다. 

    부모님이 싸우시던 기억이 거의 없다. 

    내가 혼났던 기억은 많다. 

    큰길에서 집으로 오는 길도 자세히 기억이 나고 집앞에 어머니를 따라 갔던 목욕탕의 구조중 위쪽으로 나있던 창문들은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동네 구멍가게에 가면 바깥 의자인지 평상인가에는 꼽추아저씨라고 부르던 남자가 앉아있었다. 가게 주인은 아니었던 것 같다. 

    점심때가 되면 조용한 동네에 거지가 구걸하는 소리가 들린다. "밥 좀 주세요오. 네?"

    어머니는 밥을 가져다 주고는 올라오며 한소리 하신다. "밥을 줬더니 햄같은 것도 내놓으라네. 참."

    오후가 되어 동생과 옥상방 앞의 공간에서 놀고 있으면 옆집아주머니가 인사를 하신다. "밥뭇나?" 밥을 먹었는지가 궁금한 게 아니라 인사라고 한다. 

    아랫집에 사는 주인집 부부의 아들의 이름은 영훈이 형이었다. 성은 모른다. 나는 황토색 빛깔에 갈색등껍질에 얹혀진 거북선을 좋아했다. 거북선의 뒤쪽에는 충무공 이순신의 '한산도 달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아...'로 시작하는 시가 적혀있었고, 나는 그것을 외웠다. 

    거북선은 켜고 끌수가 있었다. 영훈이 형은 내가 집앞 기둥뒤에 숨어서 그걸 켜면 나오는 '쿠우우'하는 소리와 입에서 나오는 불빛을 무서워했다. 나는 그걸 보는 것이 재미있었다. 

    어느 여름 날에 마루에 있는 아이용 변기에서 변을 보다 커다란 파리가 무릎에 앉아 변을 보다말고 일어나 도망가다가 부모님께 혼난 기억이 있다. 

    바람이 무섭게 불고 천둥이 치던 어느날 밤 자고 일어나 보니 방 창문이 깨져있었다. 

    나와 동생이 놀던 커다란 우리집 놀이방 구석에는 이불더미가 보자기 같은 것에 싸여있었고, 그 뒤로는 곰팡이가 먹물 번진 것 처럼 피어있었다. 방에는 늘 곰팡이 냄새가 났다. 

    아버지께서 잉꼬새를 새장에 넣어 사오셨다. 며칠 후 아침에 일어나보니 쥐가 새장을 열고 들어가 한마리 새는 죽어있었고, 다른 한마리는 날개가 찢어져있었다. 그 남은 한마리 새는 어떻게 됐는지 모른다. 

    하루는 아버지가 술을 드시고 들어오시다 어디서 넘어지셨는지 얼굴에 피가 나서 들어온 적이 있다. 그 이야기를 길동 외할아버지 댁에서 외삼촌과 했던 기억이 난다. 

    집앞 공터를 공사했던 기간이 있다. 다른 곳으로 이사가기 얼마전이었던 것 같다. 

    오백원을 들고 어머니 심부름을 뛰어가다가 오백원이 데굴데굴 굴러 포크레인이 파놓은 구덩이로 빠졌다. 혼나지 않았다. 

    집앞의 평상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하얀색 아이스크림이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서주 아이스바였던 것 같다. 

  • 기억1-태중의 기억

    1979. 9월-10월

    따뜻한 녹색 액체가 무겁게 느껴진다. 

    몸을 움직이려는데 생각보다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녹색액체의 뜨거운 부분이 내 머리쪽에 있고, 미지근한 부분은 다리와 엉덩이 쪽에 있다. 

    가끔씩 녹색의 빛이 보인다. 채도가 낮은 연녹색의 빛. 

    언어로 그 느낌을 표현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서 나는 이것을 머리위에 따뜻하고 물컹한 커다란 코딱지가 누르고 있는 느낌으로 설명하곤 했다. 

    어머니가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것이 어머니 태중에서의 기억이다. 

  • From Gerhard Richter's Writings (excerpt from Notes 1964-1965))

    ......

    Theory has nothing to do with a work of art. Pictures which are interpretable, and which contain a meaning, are bad pictures. A picture presents itself as the Unmanageable, the Illogical, the Meaningless. It demonstrates the endless multiplicity of aspects; it takes away our certainty, because it deprives a thing of its meaning and its name. 

    ......

    (page 32-33)

  • From Gerhard Richter's Writings (excerpt from Notes, 1962)

    The first impulse towards painting, or towards art in general, stems from the need to communicate, the effort to fix one's own vision, to deal with appearance (which are alien and must be given names and meanings). Without this, all work would be pointless and unjustified, like Art for Art's Sake. 

    The idea that art copies nature is a fatal misconception. Art has always operated against nature and for reason. 

    Every word, every line, every thought is prompted by the age we live in, with all its circumstances, its ties, its efforts, its past and present. It is impossible to act or think independantly and arbitrarily. This is comforting in a way.

    (page 14)

  • The R.O.K.-U.S. Combined Forces Rules and Regulations Booklet

    Table of Content

    ▲Understanding Customs of U.S. Army

    ▲Basic English Conversation on Duty

    Understanding Customs of U.S. Army

    ▲clear sense of individualism and self-defensiveness

    ▲strong sense of pride of and responsibility

    - U.S. Army Living Customs (Characteristic)

    ▲mischievous and good sense of humor

    ▲liberal attitude at work (taking meals, smoking, listening to radio etc.)

    ▲nearly no display of personal emotions in public

    Factors that Cause Trouble

    ▲misunderstanding from lack of English communication ability

    ▲improper use of language or expression that stir emotion

    ▲conflict from small talk and abusive language

    ▲do not like usage or operation of personal items without prior approval

    ▲do not like random use of firearm, unnecessary pranks or physical contact

    ▲emotional confrontation when national supremacy expressed openly

    ▲misunderstanding from difference in office regulation

    ▲do not like inappropriate work attire or behavior

    ▲do not like interference of tasks under U.S. army jurisdiction or pressing action for task

    ▲gap in task enforcement when performing inspection (admitting entrance by putting off

    ▲missed work from emotional confrontation by working with unfavorable worker

    ▲when problems or nonfulfillment of regulation is reported to U.S. Armed forces authority,

    U.S. soldiers misunderstand that they have been reported by (suspect that they are being

    ▲U.S. soldiers have a strong sense of denial for responsibility caused by problems occurred

    “When problems occur, incidents can create a national problem”

    ▲prohibited to settle problems when incidents occur → report to chain of command

    • do not show anger when arguments occur on site

    • when U.S. army request cooperation, immediate response on site is recommended

    ▲maintain Basic Fundamentals of Soldier

    • maintain appearance of military discipline (attire and behavior)

    • strict conformity of even minor regulations

    ▲improve English communication skills

    ▲clear task performance by office regulation

    ▲abiding to the law and public order

    “Be on duty with pride and a sense of mission as a military diplomat”

    Problem Solving Methods

    Precautionary Measures on Duty

    ▲use title or rank, not ‘hey’ when addressing U.S. soldier

    ▲do not describe African American as “Nigger (Negro)” or “Black” – Use “Colored

    ▲do not mention darkness of skin color or movies on African American roots

    ▲do not curse at U.S. soldiers in Korean (they understand in many cases)

    ▲even when U.S. soldiers play a prank or joke do not joke along exceedingly

    ▲turning away because one does not understand English when U.S. Soldier kindly

    approaches in English, may lead to serious misunderstanding

    ▲do not handle or play with gun when it is not neccessary

    ▲avoid using U.S. Soldier’s possession or personal items if possible

    ▲do not directly operate U.S. Soldier’s radio or walkie-talkie to adjust volume, rather ask to

    ▲must ask for consent when turning on or off co-owned possessions (air conditioner, fan,

    heater, etc.), do not argue about possession rights

    ▲must clean up work place after shift is over

    ▲do not express discomfort from U.S. Soldier’s behaviors like listening to the radio, eating,

    ▲when U.S. Soldier belittles or harasses Korean entrants by showing superiority, do not

    deal with situation on site, but report to executive officer

    ▲ U.S. Soldiers have the tendency to inspect cars and people without time restriction

    regardless of rank, therefore do not rush inspection process

    ▲do not dispute blame when property is damaged at guard post, but resolve by reporting to

    ▲light physical contact may even be considered as sexual harassment, therefore watch

    behavior (especially sexually sensitive areas like the hip)

    Original Text in Korean. 

    Translated by Yeon J. Yue

  • 억지스러움과의 작별

    [1950~1960년대 프랑스의 아방가르드, 특히 누보로망과 신비평(롤랑바르트)를 좋아하지 않는다. ...중략... 신비평에 대해서는 "점점 더 똑똑해질수록 점점 더 바보 같아진다"라고 말한다.  그는 이 새로운 아방가르드로 인해 작가들이 처한 딜레마에 화가났다. 그들식의 모더니즘(그가 볼 때 이 모더니즘은 전문적이고, 현학적이고, 대학의 것이어서 현실과 관계가 없다.) 이냐, 아니면 똑같이 재생산하는 관습적인 예술이냐. 곰브로비치에게 모더니즘은 새로운 발견들을 통해 물려받은 길을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이 여전히 가능한 한. 소설이 물려받은 길이 여전히 거기있는 한.) ]
    -쿤데라의 커튼 중 곰브로비치의 작업실에서 바라본 소설의 역사 중에서
    취향이 없어서 생기는 기이한 현상이라고 생각했지만, 정반대였다. 없어서가 아니라 취향만 남아서이다. 자신은 틀리기 싫어하는 습성 덕분에 주관은 없고 눈치를 살펴 습득한 취향 혹은 현실과 전혀 무관한 빈지식 뿐이다. 이론은 현실에서 일부 반영된 확률게임이지, 그것이 거꾸로 현실에 적용이 된다고 착각하는 무지를 범해서는 안된다. 이론가의 이론에 창작자의 이론이 종속되어 결국 개인이 표현하고자 하는 핵심의 주변부만 두드리고는 마치 그것이 핵심인 양 이론으로 포장한 이론가의 노예의 작업이 넘쳐난다. 창작자의 이론은 진실로 개인의 궁금증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평소의 생각을 철학가가 더 나은 언어로 대변해주었다고 채택함은 결국 언어의 성질을 띄게되어 결론적으로 언어로 표현되는 것보다 낫지 않은 그나마도 이론의 주변부만 두드린 셈이된다. 
    나이가 하루를 더 먹어가면서 정신적인 작용도 몸으로 와닿게 된다. 그 중 가장 큰 부분이 억지스러운 관계의 청산이다. 어릴 적에는 맞지 않아도 맞추어가는 게 미덕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안의 진심은 남들이 나를 우리부모가 알고있는 결점많은 내가 아닌 맘씨좋은 사람으로 봐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07/05/14
  • From The Curtain, Milan Kundera

    “What? We feel aesthetic pleasure at a sonata by Beethoven and not at one with the same style and charm if it comes from one of our own contemporaries? Isn't that the height of hypocrisy? So then the sensation of beauty is not spontaneous, spurred by our sensibility, but instead is cerebral, conditioned by our knowing a date?
    No way around it: historical consciousness is so thoroughly inherent in our perception of art that this anachronism (a Beethoven piece written today) would be spontaneously (that is, without the least hypocrisy) felt to be ridiculous, false, incongruous, even monstrous. Our feeling for continuity is so strong that it enters into the perception of any work of art.” 
    ― Milan KunderaThe Curtain: An Essay in Seven Parts

  • 어린 소년과 그의 할머니 (Milan Kundera 의 the Curtain으로 부터 발췌)

    스트라빈스키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인 앙세르메와의 오랜 우정을 영원히 저버린다. 앙세르메가 그의 발레 [카드놀이]의 몇 장면을 뺴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얼마 후 이번에는 스트라빈스키가 [관악 교향곡]을 다시 살피고는 몇 군데를 고친다. 그 소식을 듣자 바로  앙세르메는 분개한다. 그는 그 수정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스트라빈스키에게 아무리 자신이 쓴 곡이라도 그렇게 바꿀 권리가 어디에 있느냐고 이의를 제가한다. 

    첫 번째의 경우처럼 두 번째의 경우에도 스트라빈스키는 아주 적절한 대답을 한다. 이보게, 자네하고는 상관없는 일이야! 마치 자네 침실에서 행동하듯이 내 작품을 함부로 다루지 말게나! 작가가 창조한 것은 그의 아빠나 엄마, 그의 나라나 인류에 속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작가 그 자신에게만 속한다. 그래서 그가 원하면 그 작품을 출판할 수도 있고 또 원하면 작품을 바꾸거나 고치거나 늘리거나 줄이거나 변기에 던져버리거나 아무한테도 사과할 필요 없이 변기 물을 내릴 수도 있는 것이다. 

    내가 열아홉살 때 한 대학생이 우리 고향에서 공개 강연을 열었다. 공산주의 혁명 초반에 있었던 일이다. 시대 정신에 맞추어 그 청년은 예술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 말했다. 강연이 끝난 후 토론이 있었다. 내 기억으로는 그 때 시인 조세프 카이너가 그 이공계 학생의 연설에 대한 답변으로 한 일화를 말했다. 어린 소년이 눈먼 할머니와 산책을 하고 있었다. 길을 걷다가 때때로 그 어린 소년이 이렇게 말한다. "할머니, 조심해, 나무뿌리야!" 그러면 그 나이 든 부인은 숲속을 걷는 줄 알고 폴짝 뛴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를 보고 어린 소년을 나무란다. "이놈, 네 할머니를 그런식으로 모시다니!" 그러자 어린 소년은 대답한다. " 내 할머니에요! 내가 하고싶은 대로 할머니를 모실거란 말예요!" 그리고 카이너는 "자, 나와 시도 마찬가지입니다. "라고 결론을 맺었다. 나는 미숙한 혁명의 심술궃은 시선 아래에서도 당당히 작가의 권리를 외친 이 사건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